사업을 다시 시작한다고 이전보다 나은 회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호를 바꾸고 상품을 새로 내놓아도 고객이 사는 이유와 돈이 남는 방식, 일하는 방법이 예전과 같다면 같은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재도약을 준비한다면 지난 사업을 그대로 되살리기보다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다시 시작했는데 예전 문제가 또 나타났다
사업을 한 번 접고 다시 시작하면 이전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시장도 겪어봤고 고객을 만나는 방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 하던 사업을 조금 손봐 다시 시작하기 쉽다. 회사 이름을 바꾸고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며 상품 구성도 고친다. 광고도 다시 시작한다.
겉으로 보면 새 출발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고객은 왜 이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매출은 나오는데 통장에 남는 돈은 적다. 주문이 늘자 대표에게 결정할 일이 몰리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
이름과 상품은 달라졌지만 일하는 방식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예전 사업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예전과 무엇을 다르게 할지 정하는 일이다.
먼저 ‘누가 왜 사는가’를 다시 묻는다
대표가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고객도 같은 이유로 사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잘 팔렸던 상품도 지금 다시 내놓으면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시장에 경쟁 상품이 늘었을 수도 있고 고객이 중요하게 보는 조건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시 시작할 때는 “무엇을 팔까”보다 “누가 왜 우리 상품을 살까”를 먼저 물어야 한다.
어떤 고객이 어떤 문제 때문에 찾는지, 비슷한
상품을 파는 다른 회사가 있는데도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표의 짐작만으로 결정할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많은 물량을 만들거나 광고비를 크게 쓰기보다 적은 수량으로 판매해보고 실제 구매가 일어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문의는 많은데 주문이 없다면 무엇이 걸림돌인지 확인한다.
좋다는 반응보다 실제로 돈을 내는 고객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팔수록 돈이 남는지도 다시 계산한다
사업이 어려워진 이유를 “매출이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하면 다시 시작한 뒤에도 매출을 늘리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많이 팔아도 남는 돈이 적다면 매출만 늘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판매가격에서 원가와 배송비, 광고비, 수수료, 인건비와 같은 비용을 빼고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 봐야 한다.
가격을 낮춰야만 주문이 들어오는 상품인지, 한 건을 더 팔 때마다 광고비도 함께 늘어나는지, 재고를 먼저 사두느라 현금이 계속 묶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1편에서 ‘매출은 늘었는데 왜 통장 잔액은 줄어드는가’를 살펴본 이유도 여기로 이어진다.
사업을 다시 시작할 때도 먼저 봐야 할 것은 매출 규모가 아니다.
팔고 나서 실제로 돈이 남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예전에 대표가 붙잡고 있던 일도 다시 나눈다
사업을 다시 시작하면 대표는 이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더 많은 일을 직접 챙기기 쉽다.
고객 상담을 직접 하고 견적을 확인하며 직원 업무도 하나씩 들여다본다. 돈이 나가는 일도 모두 대표가 결정한다.
처음에는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주문과 직원이 늘어나면 대표에게 모든 일이 다시 몰린다. 직원은 작은 문제도 대표의 답을 기다리고, 대표가 바쁜 날에는 업무 전체가 느려진다.
예전 회사에서 이런 문제가 있었다면 새 사업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가격이나 중요한 계약, 큰 투자처럼 대표가 직접 판단해야 할 일과 직원이 정해진 범위에서 처리할 일을 나눠야 한다.
누가 맡는지,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은 반드시 대표에게 알려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정해두면 된다.
모든 업무를 복잡한 매뉴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자주 반복되는 일부터 정하면 된다.
예전 회사에서 잘했던 것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한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그 안의 모든 것이 잘못됐던 것은 아니다.
계속 거래하고 싶은 고객이 있을 수 있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업무 경험도 있다. 오랫동안 쌓은 거래처와의 신뢰나 효과가 있었던 판매 방법도 남길 수 있다.
반대로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가져오면 안 되는 것도 있다.
이익이 거의 남지 않았던 상품, 대표에게 모든 결정이 몰렸던 방식, 효과를 확인하지 않고 계속 쓰던 광고비, 원칙 없이 반복했던 할인 등이 그 예다.
지난 사업을 통째로 버릴 필요도 없고 통째로 되살릴 이유도 없다.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버릴지 골라야 한다.
다시 시작하기 전에 세 줄을 적어본다
새 사업계획서를 길게 만드는 것보다 먼저 세 가지를 정리해볼 수 있다.
다시는 하지 않을 것 하나.
지난 사업에서 반복해서 문제를 만들었던 일이다. 대표가 모든 결정을 맡았던 방식일 수도 있고, 수익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매출만 좇았던 습관일 수도 있다.
계속 가져갈 것 하나.
고객과의 관계나 기술, 상품 경쟁력, 좋은 업무 방식처럼 실제로 도움이 됐던 것이다.
새로 시험해볼 것 하나.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작은 규모로 시도해볼 새로운 상품이나 판매 방법, 고객층을 고른다.
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적은 비용으로 해보고 결과를 본 뒤 다음 결정을 내려도 된다.
다시 시작하는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예전과 같은 문제가 나타났을 때 더 빨리 알아차리고 바꿀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새 출발은 간판보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사업을 다시 시작하면 새 이름과 새 상품이 눈에 먼저 보인다.
하지만 회사가 오래 가는 데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일 수 있다.
누가 고객인지 알고 있는가.
팔면 실제로 돈이 남는가.
대표가 없어도 반복되는 업무가 돌아가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확인할 기록이 남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새 출발이 예전 사업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존경영 포인트
20편 동안 생존경영에서 살펴본 문제는 서로 달라 보였다.
매출과 현금이 달랐고, 직원이 늘자 대표에게 일이 몰렸다. 거래처와 고객의 정보가 사람에게 흩어졌고, 위기가 닥친 뒤에야 문제가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대표가 계속 뛰어야만 버티는 사업인가, 아니면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내고 고치면서 굴러갈 수 있는 회사인가.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면 네 가지를 다시 물어보자.
고객은 왜 우리 상품을 사는가.
팔고 나면 실제로 돈이 남는가.
대표가 없어도 반복되는 일은 돌아가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확인할 기록이 남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줄을 적는다.
버릴 것 하나.
남길 것 하나.
새로 시험할 것 하나.
생존경영은 실패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돈이 어디에서 들어오고 나가는지 알고, 사람이 늘어도 일이 이어지게 만들고, 고객과의 약속을 기록하며, 문제가 커지기 전에 이상을 발견하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 때는 다음에 남길 것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시작한다고 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과거에 겪은 문제를 다음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
같은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면 같은 곳에서 막힐 수 있다. 새 출발은 다시 시작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일하는 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