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등을 돌린 것만 같은 차가운 밤, 한 줄기 음악이 얼어붙은 마음을 가만히 감싸 안아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화려한 갈채도 찬란한 조명도 닿지 않던 곳에서, 묵묵히 붓을 들었던 한 화가의 영혼을 노래한 선율이 있습니다.
돈 맥클린의 ‘Vincent’는 눈부신 별빛 뒤편에 묻어둔 고독과, 그 고독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순수한 열정을 향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위로입니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밤, 턴테이블 바늘이 오래된 바이닐 레코드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을 때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기타 선율이 있습니다. "Starry, starry night…" 나지막한 첫 소절이 울려 퍼지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1889년 프랑스 남부 아를의 깊고 푸른 밤하늘 아래로 걸어 들어갑니다.
1971년 발표된 돈 맥클린의 대표작 ‘Vincent’는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삶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고, 지독한 가난과 세상의 오해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고독한 예술가. 돈 맥클린은 고흐의 전기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세상이 이해하지 못했던 그의 거룩한 순수를 이 노래 한 곡에 오롯이 담아냈습니다.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이제야 당신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제정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도.)
노래의 후렴구는 듣는 이의 심장을 먹먹하게 흔듭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의 그림 속 소용돌이치는 별빛을 보며 미치광이의 환각이라 손가락질했지만, 시인은 압니다. 그는 미친 것이 아니라, 이 메마르고 거친 세상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순수하고 따뜻한 영혼이었음을 말입니다.
부엌의 뜨거운 불 앞에서 반평생을 보낸 저에게도 이 노래는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주방 한구석에서 펄펄 끓는 뚝배기를 지키고, 새벽부터 시장을 돌며 식재료를 고르는 일은 어쩌면 캔버스 위에 홀로 물감을 덧칠하던 고흐의 고독한 작업과 닮아 있습니다. 세상의 요란한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정직하게 맛을 내는 장인의 길은 때로 외롭고 더디기만 합니다.
하지만 진심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고흐가 밤하늘에 새겨놓은 찬란한 별빛이 백 년이 지난 오늘날 전 세계인에게 치유가 되었듯, 정성껏 끓여낸 맑은 국물 한 그릇, 정갈하게 버무린 나물 한 접시도 누군가의 지친 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위로의 예술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세상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쓸쓸한 마음이 든다면 돈 맥클린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제 자리를 지켜내는 당신이야말로, 어두운 밤하늘을 가장 고결하게 밝히는 하나의 찬란한 별입니다.
[미식1947 칼럼니스트 한식명인 김종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