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생산량 증가와 함께 저품질화와 동질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 현상을 생성형 인공지능(AIGC) 산업 전체의 한계로 볼 수 있을까. 중국애니메이션학회(中国动画学会) AIGC 전문위원회(专委会) 슝즈후이(熊智辉) 집행 주임(执行主任)은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보여준 진짜 변화는 콘텐츠 생산량이 아니라 창작의 진입장벽과 시행착오 비용을 낮춘 데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빠르게 늘면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됐다.
저자의 칼럼 원문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중국 전체 마이크로 단편극의 온라인 공개 물량은 약 12만8000편이다. 이 가운데 AI를 활용한 마이크로 단편극은 약 12만2000편으로 전체의 95%를 넘었다.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시장의 관심이 같은 속도로 확대된 것은 아니다. 일부 작품에서는 화면 완성도가 떨어지고 줄거리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등 콘텐츠 품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중국의 단편극 플랫폼 홍궈는 2026년 4월 저품질 콘텐츠를 대상으로 특별 정비에 들어갔다. 원문에서는 4월 7일부터 15일까지 규정 위반 저품질 콘텐츠 3522편을 차단·처벌·게시 중단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현상만 보면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과열된 시장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이 제작 장벽을 낮추면 생산자가 빠르게 몰리고 콘텐츠 공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슝즈후이 집행 주임은 여기서 시선을 한 단계 더 넓혀야 한다고 본다.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생산량이 늘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AIGC가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작비보다 중요한 ‘시행착오 비용’
과거에는 하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 작가와 감독, 배우, 미술, 촬영, 후반작업 등 여러 분야의 전문 인력과 장비가 필요했다. 아이디어가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창작자의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자금과 인력, 장비, 제작 기간을 확보해야 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 작품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다.
광고 아이디어는 촬영비가 부담스러워 포기할 수 있었다. 소설을 영상화하고 싶어도 제작 자원이 부족하면 실행하기 어려웠다. 예술적 상상력이 뛰어난 창작자라도 그림이나 영상 제작 능력이 없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조차 쉽지 않았다. AIGC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뿐 아니라 AI 광고, 교육 콘텐츠, 튜토리얼, 홍보영상, 문화·관광 콘텐츠 등에서도 과거보다 낮은 비용으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여러 버전을 시험할 수 있다. 하나의 광고 아이디어를 다양한 인물과 배경, 스타일로 만들어 비교할 수 있다. 교육 콘텐츠에서는 특정 지식이나 원리를 영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복잡한 작업 과정도 시각적인 튜토리얼로 구성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제작비 절감이 아니다. 콘텐츠 제작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 비용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 확인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 AIGC 환경에서는 먼저 낮은 비용으로 시안을 만들고 반응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에 투자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콘텐츠 산업이 소수 프로젝트에 큰 비용을 투입하고 성공 여부를 한 번에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더 많은 아이디어를 작게 만들어 시험한 뒤 가능성이 확인된 콘텐츠에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자원을 가진 사람’에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으로
이 변화는 창작자에게도 중요하다. 기존 콘텐츠 산업에서는 자본과 제작 역량이 창작 기회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이야기가 있어도 영상 제작 능력이 없거나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작품으로 보여주기 어려웠다.
AIGC는 이 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젊은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영상 샘플로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창작자도 AI를 활용해 자신이 구상한 세계를 시각화할 수 있다. 머릿속에만 있던 애니메이션 구상도 일정 수준의 결과물로 만들어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
슝즈후이 집행 주임은 원문에서 윈난 지역 청년 창작자 류쯔위(刘梓瑜)와 고풍스러운 농촌 개척물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제작한 다두어 부부(多多夫妇)를 이러한 창작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한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특정 작품의 성공만이 아니다. 기존 산업에서 제작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창작자도 먼저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먼저 작품이 되고, 작품이 먼저 독자와 시청자를 만난 뒤 플랫폼이나 투자자의 관심을 얻는 경로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이어진다면 콘텐츠 산업의 롱테일도 넓어질 수 있다. 물론 AIGC가 모든 사람을 예술가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제작 장벽이 낮아진다고 해서 콘텐츠의 완성도와 창작자의 역량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처음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이전보다 넓어질 수 있다.

상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기록 방식도 달라진다
AIGC의 영향은 콘텐츠 산업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인류는 오랫동안 문자를 통해 생각을 기록하고 역사를 전하며 지식을 축적해 왔다. 갑골과 죽간에서 종이와 현대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문자는 문명을 이어온 핵심 수단이었다. 하지만 문자는 독자가 내용을 읽고 장면을 머릿속에서 다시 구성해야 한다.
영상은 화면과 소리, 움직임 등을 함께 기록할 수 있다. AIGC가 발전하면 과거에는 문자로만 설명해야 했던 일부 역사적 장면과 전통기술, 과학 원리, 문화적 이야기를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전통기술을 문자 설명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 과학적 개념도 시각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과 문화유산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는 영상이 문자를 대체한다는 뜻은 아니다. 문자는 사상과 지식을 정교하게 표현하고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앞으로는 문자와 이미지, 음성, 영상,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함께 문명의 기억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역사를 보존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한 시대를 설명하는 글뿐 아니라 당시의 장면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콘텐츠를 함께 남길 수 있다. 전통기술을 기록할 때도 문자 설명에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영상 자료를 남길 수 있다. 인류의 기록 방식이 ‘쓰는 것’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입구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 열풍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단기적인 콘텐츠 공급 증가만 보고 낙관할 필요는 없다. 저품질 콘텐츠와 동질화 문제가 나타난다면 이를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로 봐야 한다. 반대로 일부 콘텐츠의 한계만을 이유로 AIGC의 장기적인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제작 장벽을 낮추면 초기에는 유사한 콘텐츠가 대량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생산량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어떤 아이디어와 지식, 가치를 사회에 전달할 수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갖는 의미는 하나의 콘텐츠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AI가 창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보여줬고, 창작자에게는 제작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반 이용자에게도 문자와 상상이 빠르게 시각적 결과물로 바뀌는 경험을 제공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다음 단계다. AIGC는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에서 광고와 교육, 문화·관광, 영화·영상 등으로 활용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식 생산과 문화 전파, 역사와 문명의 기록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제작 능력이 상상력을 제한했다. 앞으로는 AIGC가 제작 능력을 인간의 상상력에 조금씩 가깝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세상에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몇 편 더 만들어지는지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작품으로 구현될 수 있는가. 더 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를 얻을 수 있는가.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AIGC의 진정한 변화는 생산량의 증가에만 있지 않다.
더 많은 생각이 표현되고, 더 많은 아이디어가 구현되며, 더 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그 변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일 수 있다.
저자
슝즈후이(熊智辉)
중국애니메이션학회(中国动画学会) AIGC 전문위원회(专委会) 집행 주임(执行主任)
옮긴이의 말
이 글은 필자와 오랜 친분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애니메이션학회(中国动画学会) AIGC 전문위원회(专委会) 집행 주임(执行主任) 슝즈후이(熊智辉) 선생의 글을 한국 독자의 시각과 한국 미디어 환경에 맞게 번역·재구성한 것이다.
원문의 문제의식과 주요 사례, 필자의 전망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한국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식 표현과 직역투는 덜어냈다. 특히 원문에서 사용하는 ‘AI漫剧’은 한국 독자에게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AI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옮겼다.
이 글에서 말하는 AIGC의 미래가 곧 현실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AI가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변화가 콘텐츠 산업과 창작 생태계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생각해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소개한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이 기사의 저적권은 이비즈타임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