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제9대 동시지방선거가 끝났고, 7월1일부터 새 당선자들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대구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로 출마했으나 석패한 바 있는 김부겸 후보(전 국무총리)를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의 낙선은 곧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김부겸 전 총리의 경우는 출마 자체가 갖는 정치적 의미와 함께 우리 정치에 있어 아직도 해결해야 할 지역주의 정치(특히 영호남 지역감정)의 풀어야 할 당면 과제와 시대적 책임의식을 갖게 한다.
이번 제9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와 대구·경북에서의 선거 결과는 이미 예상한 대로 영남당과 호남당으로의 회귀였다고 볼 수 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부겸 전 총리의 후보 등록은 영호남 갈등과 해묵은 지역 감정 해소 및 타파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를 1석 늘리는 의미 이상의 정치적 과제를 실험한 지방선거가 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아직도 지역감정과 지역주의의 쓴뿌리는 여전히 상존(尙存)한 것으로 보여져 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거 직전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김부겸 후보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되었다. 유권자들의 정치의식 변화는 아직도 지역주의 구도의 정치 지형에 갇혀있는 결과를 확인하는 선거로 보여진다. 그러나, 투표 결과에서 보여준 행간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 보면, 대구 시민들의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 행위는 상당히 완화되고 지역 정당의 폐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김부겸 후보의 45.05%의 득표율이 말해 준다(대구시장 선거 직후의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추경호 후보와 김부겸 후보 간의 격차는 0.8%의 초박빙 승부를 예견한 바 있으나, 결과는 8.87% 차이를 보였다).
김부겸 전 총리는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경기도의 시골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과 정치 환경이 다시 지방선거에 나오게 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는 관심만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지역 감정의 대표적 상징인 대구와 경북 그리고 경남과 부산에서 새로운 변화와 대변혁의 가능성과 희망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 결실 중 하나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다.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자가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이제 과제로 남겨진 중요 의제는 국민의힘이 영남에서 거의 당선되고, 민주당이 호남에서 모두 당선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선거에서의 공식화된 패배의식과 포기 정치는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호남 갈등 구조의 벽이 점차 허물어질 것을 희망하면서 국민들이 앞장서서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깨뜨려 나가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만이 해낼 수 있는 역사적 사명이며, 진정한 민주국가를 만들 수 있는 주인으로서의 과제인 것이다.
정치인들은 결단코 지역주의 정치의 폐해를 타파하지 못한다. 오히려 지역주의 해소를 방기하거나 포기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영호남 지역에 출마하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정치에 뜻을 둔 예비 정치인은 지역정치가 가져오는 지역감정 정서에 기댄 정치적 이해 타산의 유혹과 올무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한국 정치의 한계이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보여준 희망은 지역주의 정서가 점점 완화되고 있다는 징후를 보여준 메시지이다. 즉 영호남 지역 감정의 정치적 술수의 선거는 이제 힘을 잃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정치적 발전으로의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 시장선거에서 김부겸 후보가 지역주의 감정 정치의 폐단에 대해 지적한 메시지와 호소에 대해 대구 시민들이 표심으로 반응한 상징적 의지의 표현에서 읽히는 대목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미 알려진대로 경기 군포시에서 16-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향인 대구 수성갑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험지의 정치 지형과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며 대구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위대한 정치적 경륜을 가지고 있다.
김부겸이란 정치인은 정파를 떠나 인간적 매력과 의리를 지킨 정치인으로서, 여야 정치인들의 존경을 받은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초대 행안부 장관과 국무총리(제47대)를 할 때도 이의를 제기한 정치인이 거의 없었음이 이를 말해준다. 명문대학 재학 중이었지만 일신의 안위에 만족하지 않고, 시대의 아픔과 현실에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다가 1978년에는 박정희 권위주의 정권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 명목으로 투옥되기도 했고, 1980년에는 전두환 군부독재하에서의 '김대중 내란음모조작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된 적도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철저한 민주주의자이다.
그 정치 여정이 보여준 삶의 궤적이 말하고 있다. 그 삶 자체가 정치인으로서의 대의명분을 중시하며 실천한 모습이 대구 시민의 신뢰를 얻어 제9회 대구 시장 선거에서도 좋은 득표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영호남 지역 정서의 한계 때문에 석패했다고 보여지지만, 대구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데에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퇴임(2020년)에 즈음하여 "편가르기 속에서 민주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고 한 말은 지금의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교훈이자 대한민국 정치인이 새겨야 할 정치적 도리라고 생각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당내에서조차 서로 단합·협치 정치의 도리를 상실하고, 당내 권력 다툼에 연연하는 볼썽사나운 정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실망낙담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이번 동시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영남과 호남에서의 선거 결과는 지역감정과 지역주의 정치 구도의 망국적인 구태와 퇴행의 정치행태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였다.
지역주의 정치의 타개를 위한 해결책이 비록 현실 정치에서 어렵고 힘든 과제이지만, 계속 관심과 노력을 회피하고 방관한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선진국 수준의 정치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영호남 지역감정은 지역 특성과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 차별과 경제 격차가 불러온 후과였고, 정치권이 지역주의를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욕심과 정치 조작의 그릇된 정치적·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의 고착화가 낳은 정치인의 퇴행과 구태정치의 민낯이 빚은 폐해이며 부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역 감정 및 지역주의 정치의 시초를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까지 거론하나, 실직적인 지역차별은 1971년 총선거 이후 박정희 정권의 권위주의가 만든 정치적 동기부여가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감정은 전라도와 경상도, 또는 호남과 비호남의 대립축으로 확대된 지역적 적대 감정과 지역 차별이 정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지역주의 구도로 공고화되면서 형성된 것이다. 특히 권력투쟁이 특정 인물 중심(대표적인 박정희와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지역주의로 편승하며 당파 싸움으로 굳어지면서 공고하게 굳어졌다.
박정희 정부의 권위주의 정권과 신군부 세력인 전두환 군부 세력의 권위주의 정권의 호남 배제 및 푸대접이 정치·경제 불균형을 초래하면서 더욱 영호남 갈등 관계를 악화시켰고, 정치적 주도권 싸움이 민주화 이후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실상 공화당 이후의 국민의힘(영남 기반), 신민당 이후의 더불어민주당(호남기반)은 지역주의 폐해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 정치 현실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급속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불균형이 영호남 지역 감정· 갈등과 함께 반목질시 및 갈등으로 비화되고 공고화되어 민주화 이후에까지 지속된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완화된 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정치적 분열로 이어지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자 현실이다.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영호남 지역주의 정치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및 차별의 악순환은 국가적 손실이자 국민의 불행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하는 일은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 발전과 선진국 수준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 조건이다. 물론 잔존하고 있는 영호남 지역구도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은 자명한 현실적 난제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인간 세상에서 균열과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국민들과 정치인의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 의지의 합치 여하에 따라 지역감정과 지역주의 정치의 폐해와 정치 문법을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상식적 수준의 갈등 구조는 긴장관계를 형성해 공동체에 유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갈등과 균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갈등과 균열 및 분열을 최소화하는 방향과 방법(상호간의 이해와 배려)으로 점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균열과 갈등이 증오와 싸움으로 비화되기 전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결해야 한다. 사람이 차별받는다는 것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영호남 지역주의 문제는 차별받는다는 인식에 정치적·경제적인 요인과 인사정책의 누적된 불만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것이 정치인의 상습적인 악용과 선거과정을 통해 표출되었다. 유권자들 역시 정치인의 선거 목적의 유인에 이끌려 투표하는 성향에 편승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고 정치행위의 결과였다. 이제 지역 갈등 해결책을 놓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다. 그것도 힘든 일인데, 같은 국민들이 민족적 운명을 공유하면서 영호남의 동서 분단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와 불균형의 갈등과 상황으로 고착되어서는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지역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는 제도적·법적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함께 지역과 주민 간의 상호교류와 대화의 문을 확보하고, 상호 협력과 봉사 그리고 교육을 확충하는 이해의 폭도 넓혀 나가야 한다. 정부의 구체적 대안에는 지역갈등과 지역주의 정치가 그동안 자행한 정치의 퇴행과 모순적 부작용을 낳았던 사회적·정치적·경제적인 집단 따돌림, 인사 행정에서의 지역 차별,가치적 갈등, 오해와 몰이해, 정치적인 적대·대결 상황, 타협의 부재와 미성숙 등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과 정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구체적 방안과 정책을 실현하는 데는 정부 및 정치인의 노력도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먼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먼저 앞장서서 이런 구체적 대안을 실천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참여와 적극적인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확실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국가의 근본이 국민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선거에서의 미완성된 정치적 과제와 의미는 지역감정 정치와 지역주의 정치의 타파가 성공을 거두는 그 날에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다. 그 결실이 비로소 영남에서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방정부의 장이, 호남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지방정부의 장이 다수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진송범
법학박사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